이배 작가 11월19일까지 우손갤러리서, 내년 1월20일까지 인당뮤지엄서 초대전

  • 2021-11-15

보도기관    영남일보 보도일자    2021-10-26

경북 청도가 낳은 세계적인 '숯 작가' 이배(본명 이영배)가 바쁘다. 오는 11월19일까지는 우손갤러리 에서, 내년 1월20일까지는 대구보건대 인당뮤지엄에서 초대전을 갖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프랑스에서 귀국한 그는 고향 청도의 작업실에 머무르면서 대구, 서울 등지를 활발히 오가고 있다.


우손에선 청도 달집과 광개토대왕비를 연상케 하는 대형숯덩이와 불에 타다 만 말뚝을 신기전(神機 箭)처럼 붙인 신작 2점을 포함해 평면 등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인당에선 2021년작 '불의 근원 (Issu de feu)을 비롯해 90년대 이후 제작한 평면 23점과 조각 68점 등 총 91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인당에서는 2014년 대구미술관 개인전 이후 대구지역 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번째 대규모 전시다.
이배는 1956년 청도읍 고수동에서 태어나 모계중을 졸업했다. 모계중 재학 당시 미술교사였던 문곤 전 대구예총회장의 지도를 받았다. 이후 대구로 와 영신고를 거쳐 홍익대 미대 서양화과 학·석사를 졸업했다. 서울 경신중 미술교사를 하다가 89년 도불, 지금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2년 파리 인근 폐담배 공장에서 숯으로 작업을 하다 우연히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리베라시옹 미술담당 기자의 눈에 띄어 제 작업이 크게 보도됐어요. 그러한 인연으로 프랑스 블랙 추상미술의 거장 피에르 술라주(1919~)가 94년 개최한 프랑스에서의 제 개인전을 찾아오게 됐는데, 마침 그의 집과 제가 거주하는 곳이 가까워 자주 보게 됐지요."
이배는 이때부터 중간 이름 '영'을 지우고 '이배'라는 작가명을 사용했다. "'영'의 프랑스어 발음이 어 려울 뿐더러 리베라시옹의 '리베'가 '이배'라는 발음과 같아 그렇게 썼습니다(웃음)."
피에르 술라주와도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간다. 프랑스 페로탱갤러리는 술라주와 이배 작가를 2017 아트바젤 홍콩에서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이배는 2000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MMCA) '올해의 작가상'을, 2009년에는 파리 한국문화원 작가 상을 받았다. 2015년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들며 세계 화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 슈발리에(기사) 등 급을 받았다.


그의 '곤충채집(1998)' 시리즈는 숯이 아닌 스테이플러의 심을 사용한 작품이다. 판넬에 스테이플러 로 찍어 만들어진 형상들은 무당 벌레, 거미, 사슴벌레 등 각각의 곤충을 나타낸다. 청도에서 유년의 기억을 형상화했다. '붓질(2020) 시리즈에는 붓의 강한 힘과 농담이 느껴진다. 화면에 그려진 생동하 는 듯한 검은 붓질에는 흰 여백의 조화에 대해 고찰한 작가의 직관력이 담겨있다.
이배는 한국 수묵의 세계, 죽음과 삶이 하나라는 동양의 순환적 세계관, 농촌이라는 태생적 정체성 을 서양과 도시의 산물인 현대미술의 보편언어로 치환하는데 30년을 몰두했다. "한국 작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는 그는 뿌리인 '한국성'을 현대미술의 '보편적 도상(圖像)'으로 재구성해왔다는 평을 듣는다.
이배는 "숯은 죽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불로 환원될 수 있다. 숯이라 는 물성은 어쩌면 우리가 가진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